"서비스 완료해야 수익"…코인 발행사 '매출 뻥튀기' 막힌다

입력 2023-07-11 17:01   수정 2023-07-11 17:47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발행·유통 등을 통한 ‘실적 부풀리기’가 금지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위탁 중인 가상자산 규모를 밝혀야 하는 등 가상자산 관련 공시 기준도 보다 강화된다.

1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 회계 지침과 공시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존엔 각 기업이나 회계 감사인마다 제각각으로 판단한 가상자산 관련 회계처리 방법을 제시했다.

금융감독당국은 가상자산 관련 회계처리에 대한 감독지침을 여럿 제정했다. 기존엔 각 사마다 다르기 일쑤였던 가상자산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일종의 유권해석을 밝힌 셈이다.

가상자산을 발행·판매하는 기업에 대해선 가상자산 발행·판매 대가를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점을 명확히 했다. 앞으로는 각 사가 사전에 백서를 통해 규정한 발행·판매자 의무를 충족한 이후에야 수익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 그 전에는 회사가 수령한 대가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만일 발행사가 코인으로 특정 게임의 아이템을 살 수 있게 한 경우라면 이용자가 코인을 매입한 시점이 아니라 코인을 써서 아이템을 산 시점에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에 따르면 통상 가상자산 판매·발행사의 의무는 세 단계로 나뉜다. △가상자산을 이용자에게 이전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플랫폼 구축 △구현한 플랫폼 내에서 재화 용역을 제공 등이다. 의무 단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는 각 사에 달려있다.

발행사가 가상자산 판매(이전)까지만 책임을 지겠다고 사전에 밝혔다면 판매 직후 수익 처리를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발행사는 통상 세번째 단계인 재화 용역 제공까지를 의무로 정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나 이용자가 가상자산을 사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상품권의 회계 처리 방식과 비슷하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현재 국내 기업이 외국서 발행해 국내에서 유통하는 가상자산은 대부분 유틸리티토큰으로 상품권과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판매·발행사가 백서에 언급한 내용을 임의로 사후변경해 수익 인식 시점을 앞당기는 일은 금지할 방침이다. 코인 발행 기업의 편의대로 회계상 수익 처리 시점을 결정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기존엔 코인 등 가상자산 발행사의 수익 인식 시점 기준이 불분명했다. 2021년 게임기업 위메이드의 회계 처리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위메이드는 당시 위믹스(WEMIX)를 팔아 얻은 현금 2255억원을 2021년 4분기 매출에 포함시켰다. 위믹스는 위메이드 플랫폼 생태계에서 게임 아이템 등을 구매하는 데에 쓸 수 있는 유틸리티토큰이다. 이 과정에서 위메이드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656% 폭증했다.

하지만 회계 감사인이 위믹스 판매 실적을 당해 매출로 판단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이듬해 위메이드는 2234억원을 매출에서 제외하겠다고 정정공시를 냈다. 이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이 69% 가량 날아가면서 위메이드 주가가 하루만에 29% 급락하기도 했다. 금융감독당국은 회계 지침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같은 혼란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상자산과 관련 플랫폼 개발비는 원칙적으로 비용 처리하도록 해석을 내놨다. 리저브 코인(내부유보물량)도 원칙상 자산으로 계산하지 않도록 했다. 취득 원가가 없는 만큼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계상하지 않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리저브 코인은 국내 상장사 가상자산 발행량의 총 81.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가상자산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서도 회계 기준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가 위탁한 가상자산 물량과 시장가치 등 정보를 가상자산 종류별로 공개해야 한다.

기존엔 이른바 5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중 일부만 위탁 물량을 의무 공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IFRS 기준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위탁 물량을 반드시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업비트는 그간엔 사업보고서를 통해 이 내용을 공개해왔다. 이번 기준 발표에 따라 앞으로 공개 방침이 바뀔 가능성이 차단된 셈이다.

금융감독당국은 국내 5대 가상자산사업자가 위탁 보유 중인 가상자산 규모가 총 18조3067억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년대비로는 65.6% 감소한 수치다.

각 거래소의 위탁 자산에 대해선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제적 통제권'을 고려해 스스로 자산 인식 여부를 따지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위탁 자산만큼을 각 거래소의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제적 통제권은 사업자가 법적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갈린다. 사업자와 고객 간 사적 계약, 감독 규정, 사업자의 가상자산 관리·보관 수준이 지표가 된다.

거래소 입장에선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위탁 자산을 사업자 재무제표상 자산 혹은 부채로 인식할 경우 해킹 사고 등이 발생한 경우에 사업자가 위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질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이용자의 자산 보호를 위해 거래소 위탁 가상자산을 자산(부채)로 인식하도록 회계 지침을 두고 있다.

금융위는 앞으로 약 2개월간 상장사, 가상자산 사업자, 회계법인 등 이해관계자별로 각각 설명회를 한 차례 이상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오는 10~11월 회계제도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 감독지침과 기준개정을 공표·시행한다.

주석공시 의무화는 내년 1월1일 이후 최초로 개시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한다. 금융감독당국은 이에 대해 조기 적용을 적극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송 팀장은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이 마련됐다고 해서 가상자산 자체가 지닌 변동성이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상자산 투자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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